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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문학

히가시노 게이고 전작 몇 권일까 - 106권으로 완전정리

by 자정의 일본서재 2026. 9. 6.

히가시노 게이고 전작 106권 완전정리라는 제목이 적힌 썸네일 이미지. 고풍스러운 책장 배경 앞 책상 위에 돋보기, 만년필, 오래된 문서들이 놓여 있어 추리 소설 특유의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東野圭吾)는 책을 몇 권이나 냈을까. 검색해 보면 106권, 108권, 105권이 뒤섞여 나옵니다. 2026년 7월 작가가 세상을 떠난 뒤 여러 매체가 정리한 숫자는 "생전 106권"이었고, 그보다 앞선 2026년 2월 일본 쪽 정리에는 "국내 미소개 4권을 포함해 총 108권"이라는 집계도 있었습니다.

 

숫자가 엇갈리는 이유부터 짚은 다음 40년 연표와 대표 시리즈를 따라가고, 끝으로 시리즈 밖에서 읽어 볼 만한 단독 장편 세 편을 골랐습니다.

106권일까, 108권일까

숫자가 엇갈리는 첫 번째 이유는 무엇을 한 권으로 보느냐입니다. 장편만 세는지, 단편집·에세이·희곡까지 넣는지에 따라 몇 권씩 차이가 납니다. 일본 원서 기준인지 한국어 번역본 기준인지도 결과를 바꿉니다. 여기에 작가가 세상을 떠난 뒤에는 유고나 재편집본이 더해지기 때문에 언제 집계했느냐에 따라서도 숫자가 달라집니다.

 

정리하자면 가장 정확한 답은 "105~108권, 100권대 초반"이고, 가장 많이 인용되는 대표 숫자가 106권입니다. 이 글도 106권을 기준으로 씁니다. 숫자를 맞춰 보면서 한 작가의 작품 수조차 세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참고로 이 106권에는 장편 외에 단편집과 에세이도 섞여 있습니다.

40년을 연표로 따라가면

1985년『방과 후(放課後)』로 제31회 에도가와 란포상(江戸川乱歩賞)을 받으며 데뷔한 뒤, 히가시노 게이고는 한 해 평균 두세 권씩 꾸준히 신작을 냈습니다.

 

이듬해인 1986년『졸업(卒業)』으로 가가 형사 시리즈를 시작했고, 1998년『탐정 갈릴레오(探偵ガリレオ)』로 갈릴레오 시리즈를 열었습니다. 1999년『백야행(白夜行)』, 2005년에 나와 이듬해 제134회 나오키상(直木賞)을 받은『용의자 X의 헌신(容疑者Xの献身)』, 2012년『나미야 잡화점의 기적(ナミヤ雑貨店の奇蹟)』까지, 대표작들이 40년 사이에 고르게 놓여 있습니다.

 

2023년 3월에는 100번째 작품『마녀와의 7일(魔女と過ごした七日間)』을 냈고 같은 해 4월 일본 내 누적 발행 부수 1억 부 돌파가 공식 발표됐습니다.

 

그리고 2026년 8월 갈릴레오 시리즈 11번째 단행본이자 사실상 유작이 된『영원의 기억(永遠の記憶)』으로 40년의 기록이 마무리됐습니다.

 

연표를 따라가면 작품의 무게중심이 옮겨 가는 것도 보입니다. 데뷔 초에는 밀실과 트릭에 공을 들이던 작가가 시간이 갈수록 사건을 일으킨 사람의 속사정과 그 사람을 몰아붙인 사회의 구조 쪽으로 시선을 돌립니다. 이 변화는 시리즈보다 시리즈 밖 단독 장편에서 더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대표 시리즈 세 갈래

가장 오래된 시리즈는 가가 형사 시리즈입니다. 1986년『졸업』에서 대학생으로 처음 등장한 가가 교이치로(加賀恭一郎)는 이후 형사가 되어『신참자(新参者)』,『기도의 막이 내릴 때(祈りの幕が下りる時)』 같은 대표작을 남겼습니다.

 

사건에 얽힌 사람들의 관계와 사정을 하나씩 풀어 가는 데 공을 들이는 시리즈라 책을 덮으면 범인보다 피해자 가족의 얼굴이 더 오래 남습니다. 영상화에서는 아베 히로시(阿部寛)가 가가 역을 맡았습니다.

 

가장 대중적인 시리즈는 물리학자 유가와 마나부(湯川学)가 주인공인 갈릴레오 시리즈입니다. 1998년 단편집『탐정 갈릴레오』로 시작해『용의자 X의 헌신』에서 장편으로 확장됐고, 2026년『영원의 기억』까지 약 30년 동안 이어졌습니다.

 

"모든 현상에는 이유가 있다"는 태도로 기묘한 사건을 과학으로 풀어내는 이 시리즈는 엔지니어 출신인 작가의 이력이 가장 짙게 묻어 있습니다.

 

세 번째는 2011년『매스커레이드 호텔(マスカレード・ホテル)』로 시작한 매스커레이드 시리즈입니다. 형사 닛타 고스케(新田浩介)와 호텔리어 야마기시 나오미(山岸尚美)가 도쿄의 고급 호텔을 무대로 짝을 이루고, 권이 거듭될수록 사회파 색채가 짙어집니다. 기무라 다쿠야(木村拓哉) 주연 영화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작가는 3대 시리즈 바깥에서도 새로운 세계관을 시도했습니다. 100번째 작품이 속한 라플라스의 마녀(ラプラスの魔女) 시리즈가 그 예입니다.

시리즈 밖에서 골라 본 세 편

한국 독자들은 히가시노 게이고를 주로 위의 시리즈나 몇몇 대형 히트작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트릭에서 사람과 사회로 옮겨 간 작가의 시선은 시리즈에 묶이지 않은 단독 장편에서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106권 가운데 그 폭을 잘 보여 주는 세 편을 골랐습니다.

『외사랑』-  뫼비우스의 띠처럼 이어진 남자와 여자

2001년에 나온『외사랑(片想い)』(예전 국내판 제목은『짝사랑』)은 히가시노 게이고가 사회를 보는 눈이 가장 날카롭게 드러난 작품입니다.

 

대학 미식축구부 쿼터백이었던 데쓰로는 10년 만에 당시 매니저였던 미쓰키(美月)를 다시 만납니다. 미쓰키는 자신이 지금 남성으로 살고 있으며, 사람을 죽였다고 고백합니다. 이야기는 미쓰키를 숨겨 주고 뒤쫓는 도주극으로 흘러가고, 그 바닥에는 성정체성이라는 물음이 깔려 있습니다.

 

작가는 사람을 '남성'과 '여성'이라는 두 상자 중 하나에 밀어 넣으려는 사회의 방식을 정면으로 문제 삼습니다. 작중에는 남자와 여자가 앞뒤가 분명한 동전이 아니라, 앞면을 걷다 보면 어느새 뒷면에 닿아 있는 뫼비우스의 띠와 같다는 비유가 나옵니다.

 

추리소설의 긴장을 끝까지 놓지 않으면서 성소수자가 겪는 소외와 낙인이라는 어려운 주제를 이야기 안에 녹여 냈다는 점에서 작가의 힘이 가장 잘 드러나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2017년에는 일본 WOWOW에서 6부작 드라마로 만들어졌고 미쓰키 역을 나카타니 미키(中谷美紀)가 맡았습니다.

『공허한 십자가』-  사형은 남겨진 사람을 구원하는가

경력이 쌓일수록 히가시노 게이고는 사회가 외면하고 싶어 하는 법적·윤리적 논쟁의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그 정점에 있는 작품이 2014년 작『공허한 십자가(虚ろな十字架)』입니다.

 

작가는 묻습니다. 살인범을 사형대에 세우는 것만으로 피해자 유족의 텅 빈 마음이 채워질 수 있는가. 죄를 지은 사람은 무엇으로, 얼마나 오래 그 값을 치러야 하는가.

 

이 소설에는 완벽한 악인도, 흠 없는 선인도 나오지 않습니다. 제도로서의 사형이 가진 맹점, 그리고 사람이 사람의 죄를 심판한다는 일 자체의 모순을 파고드는 문장은 끝까지 차갑습니다.

 

제목의 '공허한 십자가'는 가해자가 사형으로 생을 마쳐도 유족의 마음이 여전히 비어 있는 그 감각을 가리킵니다. 책을 덮은 뒤에도 그 허탈함이 한동안 남습니다.

 

일본에서 76만 부가 팔린 이 소설은 출간 12년 만인 2026년 9월, 가토리 신고(香取慎吾) 주연의 WOWOW 4부작 드라마로 처음 영상화됐습니다. 연출은 제제 다카히사(瀬々敬久) 감독이 맡았습니다.

『아들 도키오』-  시간을 거슬러 가서 만난 아버지

『공허한 십자가』가 차가운 이성으로 윤리의 금기를 파고든다면, 2002년에 나온『아들 도키오(時生)』는 정반대 쪽에서 사람에 대한 따뜻함을 보여 줍니다.

 

국내에서는 2008년『도키오』로 처음 나왔고, 2020년『아들 도키오』라는 제목으로 다시 출간됐습니다. 일본에서는 2004년 NHK가『도키오 아버지에게 보내는 전언(トキオ 父への伝言)』이라는 제목의 20회 드라마로 만들었고, 고쿠분 다이치(国分太一)가 아버지 다쿠미(拓実)를, 사쿠라이 쇼(櫻井翔)가 도키오를 연기했습니다. 과거로 돌아가 미래를 바꾸는 타임슬립 이야기는 요즘 흔하지만 이 작품의 시간 여행은 대리만족과는 거리가 멉니다.

 

불치병으로 죽음을 앞둔 아들 도키오가 20여 년 전으로 건너가 스물셋의 아버지 다쿠미를 만나 과거의 아버지를 돕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병이 낫지 않습니다. '운명을 바꾸는' 기적은 이 소설에 없습니다.

 

일자리도 오래 계속하지 못하고 세상 탓만 하던 젊은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묵묵히 이끄는 속 깊은 아들의 조합은 일종의 버디 무비처럼 흘러가는데 읽는 내내 마음 한쪽이 아립니다.

 

아버지의 젊은 날을 함께 지내며 그가 어떻게 자신을 낳고 사랑하게 되었는지 지켜본 도키오는 짧고 고통스러운 삶이라도 태어난 것 자체를 긍정하게 됩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버텨 내는 과정이 곧 기적이라는 이 시선이 작가가 오래 품어 온 사람에 대한 연민이라고 생각됩니다.

어디서부터 읽을까

106권 앞에서 망설여진다면 『용의자 X의 헌신』으로 시작하기를 권합니다. 트릭의 재미와 사람에 대한 연민이라는 작가의 두 얼굴이 한 권에 다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책이 마음에 들었다면 갈릴레오 시리즈를 이어 읽어도 좋고 사건보다 사람 이야기에 더 끌렸다면 가가 형사 시리즈의『신참자』로 넘어가면 됩니다.

 

시리즈 밖으로 나가 보고 싶을 때는 무게에 따라 고르면 됩니다. 가볍게 울고 싶은 날에는『아들 도키오』, 오래 생각할 거리가 필요한 날에는『공허한 십자가』, 이 작가가 어디까지 용감했는지 확인하고 싶다면『외사랑』입니다.

106권이 남긴 것

106권을 나란히 놓고 보면 차가운 논리로 사회의 모순을 짚는 소설과 상처 입은 사람을 끌어안는 소설이 같은 작가의 손에서 나왔다는 점이 먼저 보입니다.

 

두 갈래 모두 '사람은 왜 그런 선택을 하는가'라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평생 붙들었던 질문에서 출발하고 그래서 어느 책으로 들어가도 결국 그 질문에 닿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