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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문학

서점 직원들이 두 번 고른 작가, 온다 리쿠(恩田陸)와 일본 서점대상

by 자정의 일본서재 2026. 10. 17.

따뜻하고 아늑한 심야 서점 배경의 온다 리쿠 소개 블로그 썸네일. '서점 직원들이 두 번 고른 작가 온다 리쿠(恩田陸)'와 '서점 종사자 투표로 선정 일본 서점대상'이라는 타이틀 텍스트가 포함되어 있으며, 사람들이 서점에서 책을 고르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국내 서점을 둘러보다 보면 일본 소설 띠지에서 심심치 않게 발견하는 문구가 있습니다. 바로 “서점대상 수상작”이라는 한 줄입니다.

 

일본 문학을 꾸준히 읽어온 독자로서 저는 아쿠타가와상(芥川賞)이나 나오키상(直木賞) 같은 권위 있는 문학상 못지않게 때로는 그보다 먼저 서점대상(本屋大賞) 마크가 붙은 책에 손이 가곤 합니다. 매일 독자와 만나며 책을 파는 서점 직원들이 직접 골랐다는 점에서, 이 상이 보증하는 '재미'와 '몰입도'를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이 서점대상을 두 차례나 거머쥔 작가, 온다 리쿠(恩田陸)의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첫 책을 고르기 전에 알아두면 좋을 그녀만의 독특한 '결말' 스타일도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1. 책을 파는 사람들이 직접 고르는 '진짜 베스트셀러'

온다 리쿠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서점대상의 성격을 먼저 알면, "두 번 수상"이라는 타이틀이 얼마나 대단한지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서점대상은 2003년 여름 극심한 출판 불황 속에서 서점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뜻을 모아 출발했습니다. 제1회 수상작이 2004년에 발표된 이후, 지금은 NPO법인 서점대상 실행위원회(本屋大賞実行委員会)의 운영 아래 "전국 서점 직원이 가장 팔고 싶은 책"을 뽑는 대표적인 지표로 자리 잡았습니다.

 

투표 방식부터 철저히 현장 중심입니다. 1차 투표에서 서점 직원 한 명이 세 작품을 추천해 상위 10편을 추리고, 2차 투표에서는 이 후보작 열 권을 모두 읽고 추천 이유를 써낸 사람만 베스트 3에 표를 던질 수 있습니다.

 

소수의 평론가나 심사위원이 토론으로 정하는 기성 문학상과 달리 내방객에게 직접 책을 권하는 직원들의 감각이 고스란히 반영됩니다. 제1회 수상작인 오가와 요코(小川洋子)의『박사가 사랑한 수식(博士の愛した数式)』, 제6회 수상작인 미나토 가나에(湊かなえ)의『고백(告白)』 등은 이 상을 발판으로 어마어마한 독자층을 확보하며 밀리언셀러 반열에 올랐습니다.

2. 12년의 간격, 전혀 다른 두 작품으로 증명한 저력

온다 리쿠는 2005년 제2회 서점대상에서『밤의 피크닉(夜のピクニック)』으로 첫 대상을 차지했습니다. 이 작품으로 제26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吉川英治文学新人賞)도 함께 받았습니다.

 

그리고 12년 뒤인 2017년, 제14회 서점대상에서『꿀벌과 천둥(蜜蜂と遠雷)』으로 두 번째 대상을 품에 안습니다. 흥미롭게도 이 작품은 같은 해 제156회 나오키상까지 거머쥐며 서점대상과 나오키상을 동시 수상한 최초의 작품이라는 진기록을 남겼습니다.

제가 주목하는 것은 두 작품 사이의 '12년'이라는 시간과 확연히 다른 장르적 색채입니다.

 

  • 『밤의 피크닉』: 고등학생들이 무박으로 장거리를 걷는 학교 행사를 다룬 담백하고 섬세한 청춘 소설
  • 『꿀벌과 천둥』: 국제 피아노 콩쿠르를 무대로 천재들의 치열한 재능과 성장을 그린 압도적인 음악 소설

12년 동안 서점 현장의 구성원도, 트렌드도 많이 바뀌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전혀 다른 분위기의 두 작품이 모두 서점 직원들의 선택을 받았다는 것은, 온다 리쿠의 세계가 특정 세대나 한정된 장르의 취향에만 갇혀 있지 않다는 방증입니다.

3. 직장과 집필을 병행하며 빚어낸 성실한 세계

그렇다면 이렇게 장르를 가리지 않는 힘은 어디서 왔을까요. 저는 그 답을 그녀가 작가가 되기까지 걸어온 길에서 찾고 싶습니다.

 

1964년 미야기현(宮城県)에서 태어나 센다이(仙台)에서 자란 온다 리쿠는 중학교 3학년 때 이바라키현(茨城県) 미토(水戸)로 이사했습니다. 이후 이바라키현립 미토 제일고등학교(茨城県立水戸第一高等学校)를 거쳐 와세다대학교(早稲田大学) 교육학부를 졸업했습니다. 그녀의 소설에는 학교와 낯선 인물, 친구 관계가 유난히 자주 등장합니다. 여러 지역을 옮겨 다니며 새로운 교실에 적응해야 했던 성장 배경과 겹쳐 읽으면 그 장면들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도 합니다.

 

대학을 졸업한 뒤 그녀가 처음 택한 곳은 문학이 아니라 생명보험회사였습니다. 일이 지나치게 바빠 몸을 상했고, 휴직과 입원까지 겪었습니다. 그 시기에 사케미 겐이치(酒見賢一)의 작품을 읽고 큰 자극을 받은 것이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한 계기 가운데 하나였다고 합니다. 회사로 돌아간 뒤에도 약 4년간 직장 생활을 이어 갔고 데뷔한 뒤에도 한동안 회사원과 작가를 겸했습니다. 본인 인터뷰에 따르면 이런 겸업 생활은 약 7년 동안 이어졌고 33세 무렵에야 전업 작가가 되었습니다.

 

데뷔작은 1991년 제3회 일본판타지노벨대상(日本ファンタジーノベル大賞) 최종 후보에 오른『6번째 사요코(六番目の小夜子)』입니다. 이듬해인 1992년 책으로 출간되면서 정식으로 작가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이 학원 미스터리는 2000년 NHK 교육 텔레비전의 '드라마 사랑의 시(ドラマ愛の詩)' 시리즈로 전 12회 드라마가 되었고, 스즈키 안(鈴木杏), 구리야마 지아키(栗山千明), 야마다 다카유키(山田孝之) 등이 출연해 지금도 인상적인 청춘 학원 미스터리로 회자됩니다.

 

그 뒤로 온다 리쿠는 미스터리와 SF, 호러, 판타지, 청춘소설을 오가며 쉬지 않고 작품을 내놓았습니다.

『유지니아(ユージニア)』로 제59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日本推理作家協会賞)을,『호텔 정원에서 생긴 일(中庭の出来事)』로 제20회 야마모토 슈고로상(山本周五郎賞)을 받은 것도 이 무렵입니다. 회사에 다니면서도 글을 놓지 않았던 7년이 정해진 시간에 책상 앞에 앉는 습관을 만들었고 그 습관이 장르를 넘나드는 다작의 바탕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4. 온다 리쿠를 읽을 때 필요한 마음가짐: "보자기를 다 개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이 작가의 책을 처음 펼칠 독자분들을 위해 작은 팁을 하나 드리고 싶습니다. 일본의 독서 리뷰를 보면 온다 리쿠 작품에 유독 자주 붙는 수식어가 있습니다.

"펼쳐 놓은 보자기를 다 개지 않는다(風呂敷を畳まない)"

 

수수께끼와 복선을 거창하게 깔아두고서, 마지막에 모든 의문을 하나로 깔끔하게 정리해 주지 않은 채 여운을 남긴다는 뜻입니다. 마지막 장에서 범인과 트릭이 명쾌하게 밝혀지는 퍼즐형 미스터리에 익숙하다면 다소 당혹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 독자들은 그녀를 "노스탤지어의 마술사(ノスタルジアの魔術師)"라 부르며 끊임없이 새 책을 찾습니다. 온다 리쿠 소설의 진짜 매력은 완벽하게 닫힌 결말이 아니라, 복선을 따라가는 과정의 팽팽한 긴장감과 공간에 스며든 특유의 아련한 정서이기 때문입니다. 명쾌한 해답보다는 인물이 겪는 감정의 파동 자체를 즐기겠다고 마음먹으면 훨씬 더 깊게 몰입할 수 있습니다.

 

나오며 : 어떤 책으로 시작해야 할까

온다 리쿠의 세계에 처음 발을 들일 독자에게 저는 주저 없이『밤의 피크닉』을 첫 책으로 권합니다. 거창한 장르적 수수께끼보다는 밤새워 걷는 학생들의 미세한 감정선과 관계의 변화가 서사를 끌고 가기 때문에, '보자기를 덜 갠다'는 결말의 호불호 없이 작가 특유의 섬세한 묘사를 온전히 음미할 수 있습니다. (소설 속 24시간 80km 걷기 행사는 작가의 모교 전통인 '걷는 모임(歩く会)'을 모티브로 삼아 현장감도 남다릅니다.)

 

만약 활자가 만들어내는 압도적인 시청각적 몰입감을 경험하고 싶다면 분량의 압박을 감수하더라도『꿀벌과 천둥』에 도전해 보시길 바랍니다. 종이 위에서 피아노 선율이 튀어 오르는 듯한 생생한 묘사를 따라가다 보면, 왜 이 책이 12년 만에 서점 직원들의 마음을 다시 훔쳤는지 단번에 납득하게 됩니다.

 

반대로 현실과 허구가 뒤섞이는 몽환적인 텍스트 그 자체, 혹은 결말이 명확하지 않은 여운 자체를 즐기는 독자라면 초기작『삼월은 붉은 구렁을(三月は深き紅の淵を)』도 아주 훌륭한 선택지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