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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문학

[9월 신간] 드라마의 아쉬움을 달래줄 완벽한 원작, 『1차원의 삽목(一次元の挿し木)』 정식 출간

by 자정의 일본서재 2026. 9. 29.

신간 도서 '1차원의 삽목' 9월 정식 번역 출간을 알리는 블로그 썸네일 이미지. 중앙에 원작 소설의 책 표지가 놓여 있고, 배경에는 일본 드라마 주요 인물들과 들꽃, 나무 가지, DNA 나선형 이미지가 어우러져 있습니다. 하단에는 '히말라야의 유골과 내 동생의 DNA가 같다면?'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현재 연재 중인 문학 분석 시리즈를 잠시 쉬어가며, 이번 회차는 9월 국내 정식 출간 소식에 맞춘 특별 기고를 준비했습니다.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방영된 야마다 료스케(山田涼介) 주연의 드라마 <1차원의 삽목(一次元の挿し木)>을 끝까지 보고 작성합니다. 기발한 설정과 초반의 팽팽한 긴장감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영상화는 원작이 가진 치밀한 밀도를 담아내기엔 여러모로 아쉬움이 컸습니다. 중반부 이후 급격히 느려진 전개와 마지막 회차에 모든 떡밥을 성급하게 회수해 버린 연출은 원작 팬으로서 짙은 실망을 남겼습니다.

 

마침 드라마 종영 직후, 영상화가 채워주지 못한 갈증을 완벽하게 해소해 줄 원작 소설 『1차원의 삽목(一次元の挿し木)』이 번역 출간되었기에 이 모든 이야기의 뿌리를 다시 짚어보려 합니다.  (※ 핵심 반전 스포일러는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해골 호수’ 루프쿤드에서 시작된 기묘한 질문

인도 북부 히말라야 해발 5,000m에는 루프쿤드(Roopkund)라는 작은 빙하호가 있습니다. 얼음이 녹는 계절이면 호숫가에서 수많은 사람의 뼈가 드러나 ‘해골 호수’로 불리는 곳입니다.

 

2019년 학술지『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이곳에서 발견된 38구의 유골 중 일부는 서기 800년 무렵 남아시아 사람들의 것으로 다른 일부는 약 200년 전 동지중해(현재의 크레타섬 등) 사람들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런데 지중해와 연관된 사람들이 왜 히말라야 고지대의 호수까지 올라가 생을 마감했을까요?

 

현실의 과학이 남겨둔 이 흥미로운 빈칸이 바로 마쓰시타 류노스케(松下竜之介)가 집필한 소설의 출발점입니다.

“200년 전 인골이 실종된 여동생의 DNA와 같다면?”

작가는 이 실제 연구 결과에 대담한 가상의 질문을 하나 던집니다. 유전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 나나세 유가 히말라야에서 발굴된 인골의 DNA 감정에 참여했는데, 놀랍게도 그 결과가 4년 전 실종된 의붓여동생과 일치한다는 것입니다.

 

지도교수는 살해당하고 연구실의 인골은 사라집니다. 전통적인 추리소설이 ‘누가 죽였는가(Who done it)’를 묻는다면, 이 작품은 ‘어떻게 이런 결과가 성립하는가(How is it possible)’라는 전제 자체를 흔들며 독자를 끌어당깁니다.

 

엔지니어 출신인 마쓰시타 류노스케(松下竜之介)는 학술적 나열에 빠지지 않고, 공학도 특유의 사고방식으로 "어떤 조건이 갖춰져야 이 기현상이 가능한가"를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키는 구성은 흡사 미국의 추리 거장 토머스 H. 쿡(Thomas H. Cook)을 연상케 합니다.

고압 펌프를 설계하는 엔지니어의 경이로운 데뷔작

 

『1차원의 삽목(一次元の挿し木)』의 저자 마쓰시타 류노스케(松下竜之介)는 1991년 도쿄 에도가와구(江戸川区)에서 태어나 치바공업대학(千葉工業大学) 대학원 공학연구과 석사과정을 마쳤습니다. 그는 유전학자나 문학 전공자가 아닙니다. 현재도 회사에 재직하며 화력발전소와 제철소에 들어가는 고압 펌프를 설계하고 기술 제안을 담당하는 산업 기계 엔지니어입니다.

 

그가 소설을 쓰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조금 전이었습니다. 해외 MBA 진학을 준비하던 중, '회사 밖에서도 삶의 선택지를 하나 더 갖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합니다. 글쓰기는 철저히 독학이었습니다. 한때 원고 첨삭 서비스를 이용해 보기도 했으나 자신과 맞지 않아 그만두었고, A4 용지 두 장 분량의 줄거리 메모에서 시작해 장장 3년 동안 이 원고에 매달렸습니다. 집필을 거듭할수록 인물들은 구체적인 숨결을 얻었고 전공 밖 분야를 소재로 삼았음에도 치밀한 논리적 서사를 완성해 냈습니다.

 

평단과 대중을 동시에 움켜쥔 데뷔작 : 문학상과 서점 상의 의미

이 작품이 거둔 성과 중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일본 추리문학계의 굵직한 지표들을 단숨에 석권했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으로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このミステリーがすごい!)』 관련 대상 등에서 거둔 성과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일본의 미스터리 랭킹과 문학상은 기발한 트릭과 서사의 흡입력을 극도로 까다롭게 검증합니다. 문단이나 창작 수업을 거치지 않은 공학도 출신의 신인이 첫 장편소설로 이토록 권위 있는 타이틀을 거머쥔 것은 출판계에서도 매우 파격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여기에 전국 서점 직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각종 '서점 관련 상'까지 휩쓸었습니다. 평론가들의 지적 기준(문학상)을 통과함과 동시에 대중의 입맛(서점 상)까지 사로잡았다는 증명서입니다. 하나의 기발한 상상력이 권위 있는 문학상과 서점원들의 입소문이라는 날개를 달면서 신인 작가로는 경이로운 '누적 판매량 65만 부 돌파'라는 폭발적인 신드롬으로 이어졌습니다.

화제성과 아쉬움이 교차한 영상화

요미우리TV(読売テレビ) 제작, 닛폰 TV(日本テレビ) 계열에서 방영된 드라마판은 첫 회 5.0%로 시작해 최종회 3.6%로 다소 아쉬운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TVer 다시 보기에서는 첫 주 342만 회 재생이라는 진기록을 세웠습니다. 본방 사수보다는 몰아보기에 적합한 미스터리 장르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하지만 드라마의 전개 방식은 뼈아픕니다. 영상 매체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오리지널 인물을 투입하고 시각적 자극을 높였지만 원작 특유의 차가운 논리적 추적 과정이 감정적인 신파나 급전개로 희석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특히 마지막 결말부를 영화적 여운으로 포장하려 했으나 책이 주었던 묵직한 지적 카타르시스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원작을 반드시 읽어야 하는 이유

‘삽목’은 식물의 가지를 잘라 흙에 꽂아 새로운 뿌리를 내리게 하는 꺾꽂이를 뜻합니다. 그렇다면 제목 앞에 붙은 ‘1차원’은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요?

 

드라마를 통해 이미 결말을 알고 계신 분이라도 작가가 설계한 활자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영상이 놓치고 간 정교한 복선들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될 것입니다. 아직 책을 읽지 않으셨다면 더더욱 타인의 리뷰나 드라마 요약본을 피하시기 바랍니다.

 

불편하고 잔혹한 진실을 마주해야 하지만 첫 장에서 느낀 기이한 의문이 마지막 장을 덮을 때 완벽한 해답으로 치환되는 경험은 오직 활자를 통해서만 온전히 맛볼 수 있습니다.

 

반가운 국내 정식 출간, 그리고 한국 독자들의 반응

다행스럽게도 이 놀라운 데뷔작을 이제 한국어로도 만날 수 있습니다. 2026년 9월 국내에 번역판이 정식 출간되면서 발 빠른 추리 소설 마니아들과 드라마를 먼저 접한 일드 팬들 사이에서 서서히 입소문을 타고 있습니다.

 

특히 9월 초 일본에서 드라마가 종영한 직후 번역본이 출간된 만큼, 영상에서 다 채워지지 못한 서사적 갈증을 느끼던 시청자들에게는 타이밍이 절묘한 단비 같은 소식입니다. 현재 국내 장르물 독자들 사이에서는 "오랜만에 만나는 몰입감 높은 논리형 미스터리"라는 초기 호평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드라마의 여운이든 아쉬움이든 그 모든 감정을 완벽하게 해소해 줄 진짜 이야기는 이제 막 국내서점에 도착해 있습니다.